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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4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책이야기2008. 11. 24. 11:44


내가 이 책을 읽었던 때가.. 아마.. 93년 즈음??
혹은 그 이전일 지도.. 암튼.. 정처없이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제목에 이끌려- 당시 책 제목은 "일각수의 꿈" 이었다.- 무심코 집어 보게 된 책이었다.
책의 표지도 지금은 찾아 볼수 없는.. 하얀 바탕게 중간에 세로로 긴 일각수의 그림이 있는 표지다.
(이 넘.. 상편을 어떤 넘이 빌려가서 잊어버렸다.. 그래서.. 같은 넘을 구하기 위해.. 이곳 저곳 전전하며.. 힘들게 힘들게.. 찾아낸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쳇..)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 조차 모르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암튼.. 이후 이분에게 집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제외한 다른 책은 완독한 적이 없음에도.. ㅡㅡ;)
아마도 블레이드 런너를 본후 필릭 K.딕에 집착하게 된 것과 마찮가지 일듯..
(이런식으로 비교할께 아니잖아..)

암튼.. 이 책을 읽을 당시.. 책 속 '나'란 존재에게 심각하게 동화된 상태였다. (이케 말해도 되나? 아래 읽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게 보일듯..ㅋㅋ)

계산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 계산사는 죄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해서.. 자신이 기억하지도 못하는 그런 의식 밖에서의 암호화 또는 해독?? 이라는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작업을 하는..- 죄뇌와 우뇌가 각기 따로 뭔가를 하고.. 음.. 브레인 워시인가? .. 샤프링인가 뭔가를 또하고.. 으~~ 책이 어디갔지??..- 그런 일이 가능한 부류의 사람이다.

사실 나는 이 책에서 이러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의 '나'가 하는 일들이나.. '세계의 끝'이라는 울타리안에 '나'가 하던 일각수의 두개골을 이용한 꿈읽기나.. '그림자'를 떠나 보내는 '나'와 현실과 인간의 본성(?) 안에서의 갈등(?) 따위보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의 독특한 생각 하나에 더 집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건은 내게 '아마도 하루키는 (나같은..) 잠꾸러기 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갖게 했던..
현실의 '나'가 가지고 있던 자명종 시계..

이 시계란 넘은 자명종이 울릴 때.. 그걸 끄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한 넘이 었다.
그 노력이란게 시계의 양 옆에 있는 버튼을 정확히 동시에 눌러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끌 수 없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고는 절대 끄기 어려운..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고로 버튼을 동시에 정확히 누르기 위해 정신을 차리는 동안.. 잠은 완전히 깨는 거다.. 머.. 그러고도 다시 잠들 수 있는 완벽한 수면 능력의 소유자라면.. 모르겠지만..

어찌어찌.. 일이 바빠.. 다른 더 이상 글을 길게 쓴다는게 무리다.. 쳇~!!
일단 여기까지 쓰고..

남들이 다 아는 소절 하나를 곁들이며 끝내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다른 이들이 남긴 걸 주워 왔다.. ㅋㅋ
내 생각도 이쯤에 머무는 것 같아서..

- '일각수의 꿈' (원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중 -
"내게는 마음이 있는데 그녀에게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아무리 그녀를 사랑한다 해도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말입니까?" 
 "그렇네"하고 노인은 말했다. "자네는 마냥 잃어버릴 뿐이지. 그녀에게는 자네가 말했듯이 마음이란 것이 없어. 내게도 없고. 아무에게도 없지."
"그렇지만 대령님은 내게 아주 친절하게 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내게 신경을 쓰고, 자지 않고 간병도 해주고 있어요. 그것은 마음의 한 표현이 아닌가요?"
"아니 다르네. 친절함과 마음과는 전혀 별개의 것일세. 친절함이란 독립된 기능이지.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표층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네. 그것은 단순한 습관이고, 마음과는 달라.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훨씬 더 깊고, 훨씬 강한 것이네. 그리고 훨씬 모순에 차 있는 것이기도 하지."

나의 소멸이 어느 누구에게도 슬픔을 가져다 주지 않고, 어느 누구의 마음에도 공백을 만들지 않는다 해도, 혹은 또 그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나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분명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이상 잃어버릴 만한 것은 나 자신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도 생각된다. 그러나 내안에는 상실된 것을의 잔재가 앙금처럼 남아 있어, 그것이 나를 이제까지 살아 있게 해 왔던 것이다.

나는 이 세계에서 물러나 사라져 버리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도와 주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구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바로 내가 그 누구도 구제할 수 없었던 것과 똑같이.

나는 소리를 내어 울고 싶었지만, 울 수는 없었다.
세계에는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슬픔이란 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누구를 향하여서도 설명할 수 없고, 설사 설명이 가능하다 해도, 누구도 이해해 줄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런 슬픔은 다른 어떤 형태로도 바꾸어지지 않고, 바람 없는 밤의 눈처럼 그냥 마음에 조용히 쌓여만 가는 그런 것인 것이다.

........... 깊디 깊은 슬픔에는 눈물이란 형태를 취하는 일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Posted by 一角獸의 꿈